허상배 칼럼 8편 - AI 시대에 인간의 길을 묻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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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시대에 인간의 길을 묻다!
부제 : 금융권 해킹이 드러낸 행동형 AI의 현실화와 사이버 보안의 패러다임 전환
2026년 10월 대한민국 금융권에서 발생한 연쇄 해킹 사건은 단순한 개인정보 유출 사고로만 볼 수 없다.
이번 사건에서 특히 주목해야 할 것은?
공격 과정에서 AI 기반 자율 침투 도구가 활용된 정황이 확인됐다는 점이다.
나는 제5편에서 AI가 대화형 시스템에서 행동형 시스템으로 이동하고 있으며,
지능의 향상보다 통제 가능성이 더욱 중요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제6편에서는 LLM의 확률적 추론이 가진 구조적 한계와 함께 인간이 최종적인 지적 주권을 포기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이번 금융권 사건은 두 문제가 사이버 공간에서 현실적으로 결합하기 시작했음을 보여준다.
핵심은 AI가 더 많은 지식을 가지게 된 것이 아니다.
AI가 판단한 결과를 외부 도구를 이용해 실제 행동으로 옮길 수 있게 됐다는 것이다.
전통적인 사이버 공격에는 상당한 인간의 노동과 전문성이 필요했다.
공격 대상을 조사하고, IP와 도메인을 찾고, 열려 있는 포트를 확인하고, 서버와 소프트웨어를 식별하고, 알려진 취약점과 대조하고, 공격 가능성을 판단한 뒤 적절한 공격 도구를 선택해야 했다.
정찰, 정보수집, 취약점 분석, 공격, 결과 확인이라는 과정에서 숙련된 인간 공격자가 가장 중요한 병목이었다.
그러나 LLM이 스캐너, 취약점 데이터베이스, 검색도구, 코드 실행기와 연결되면서 구조가 달라지고 있다.
AI가 스캔 결과를 읽고 취약 가능성을 추론하고, 필요한 도구를 선택해 실행하고, 그 결과를 다시 분석하여 다음 행동을 결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를 기술적으로 보면 LLM, Tool Use, Memory, Planning, Execution이 결합된 에이전트 구조다.
관찰하고, 추론하고, 계획하고, 실행하고, 결과를 확인한 뒤 다시 계획하는 순환구조가 만들어진다.
이번 금융권 공격과 관련해 거론된 ARTEX AI에서 중요한 것도 특정 프로그램 하나의 존재가 아니다.
중요한 것은 AI가 기존에 존재하던 여러 보안도구와 공격기술을 하나의 자동화된 의사결정 과정으로 연결할 수 있다는 사실이다.
여기에서 사이버 공격의 구조가 달라진다.
AI가 금융기관의 취약점을 새롭게 만드는 것은 아니다.
취약한 인증체계, 패치되지 않은 서버, 과도한 접근권한, 외부에 노출된 업무시스템과 관리되지 않은 계정은 인간이 만들어 놓은 문제다.
AI가 바꾸는 것은 발견의 속도와 규모다.
과거에는 취약점이 존재하더라도 공격자가 발견하지 못하면 상당 기간 살아남을 수 있었다.
그러나 AI 에이전트가 수많은 시스템을 지속적으로 탐색한다면 취약점이 발견되어 실제 공격에 이용되기까지의 시간, 즉 Time-to-Exploit은 급격하게 짧아질 수 있다.
따라서 앞으로 보안의 핵심 질문도 달라진다.
취약점이 존재하는가가 아니라 공격 AI가 그것을 발견하기 전에 방어자가 찾아내 제거할 수 있는가가 중요해진다.
결국 사이버 보안은 시간의 경쟁으로 이동한다.
더 중요한 변화는 공격의 경제성이다.
과거에는 수백 개 기업을 동시에 조사하려면 많은 전문인력과 시간이 필요했다.
정찰과 분석의 상당 부분이 자동화되면 동일한 비용으로 훨씬 많은 목표를 조사할 수 있다.
공격 대상 하나를 추가로 조사하는 한계비용이 급격하게 낮아지는 것이다.
이것은 매우 중요한 변화다.
AI가 모든 공격을 성공시킬 필요도 없다.
과거에 100곳을 조사할 비용과 시간으로 수천 곳을 조사할 수 있다면 낮은 성공률도 공격자에게는 충분한 위협 수단이 된다.
AI 사이버 공격의 위험은 반드시 초지능 해커의 탄생에 있는 것이 아니다.
평범한 공격을 자동화하고 대량화할 수 있다는 데 있다.
사이버 공격의 산업화 가능성이 열리는 것이다.
여기서 LLM의 구조적 한계가 역설적인 위험으로 작용한다.
LLM은 완벽한 추론기관이 아니다. 존재하지 않는 취약점을 추정할 수도 있고 공격 가능성을 잘못 판단할 수도 있다.
그러나 공격비용이 충분히 낮아진다면 낮은 정확도 자체가 결정적인 제약이 되지 않을 수 있다.
100개의 목표 가운데 상당수를 잘못 판단하더라도 나머지를 자동으로 계속 시험할 수 있기 때문이다.
AI는 완벽해야 위험한 것이 아니다.
충분히 빠르고, 충분히 저렴하며, 충분히 많은 시도를 할 수 있다면 불완전한 AI도 강력한 공격 도구가 될 수 있다.
바로 이 지점에서 제6편에서 다룬 확률적 추론의 한계와 제5편에서 다룬 행동형 AI의 문제가 만난다.
불완전한 판단에 자동 실행과 대규모 반복이 결합하는 것이다.
따라서 방어체계 역시 달라져야 한다.
기존처럼 알려진 공격 패턴을 방화벽으로 차단하는 방식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AI 에이전트가 상황에 따라 공격 순서와 도구를 변경한다면 방어 역시 실시간 분석과 대응 능력을 가져야 한다.
우선 내부망이라는 이유만으로 신뢰하지 않는 Zero Trust 구조가 필요하다.
사용자, 단말기, 세션과 접근권한을 지속적으로 검증해야 한다.
또한 사람과 프로그램뿐 아니라 AI에도 필요한 최소한의 권한만 허용하는 Least Privilege 원칙을 적용해야 한다.
AI를 하나의 프로그램이 아니라 독립적인 권한 주체로 관리해야 할 필요성도 커진다.
AI가 읽을 수 있는 파일, 접근 가능한 데이터베이스, 실행할 수 있는 프로그램, 접속 가능한 네트워크, 외부로 전송할 수 있는 데이터와 사용할 수 있는 인증정보를 구분해야 한다.
모든 행동에는 추적 가능한 기록이 남아야 한다.
누가 AI에게 명령했는지, AI가 어떤 도구를 호출했는지, 어떤 시스템에 접근했고 무엇을 변경했는지 사후에 확인할 수 있어야 한다.
공격이 자동화된다면 방어 역시 AI를 활용할 수밖에 없다.
인간 보안담당자가 수백만 건의 접속기록과 로그를 직접 검토하는 방식으로는 자동화된 공격의 속도를 따라가기 어렵다.
AI가 이상행동을 탐지하고 공격경로를 분석하며 대응 우선순위를 제시하는 AI 대 AI의 사이버 방어시대가 열릴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여기에서도 최종적인 권한의 문제는 남는다.
AI가 이상징후를 발견했다고 해서 스스로 금융시스템 전체를 차단하거나 중요한 데이터를 삭제하도록 모든 권한을 부여해서는 안 된다.
고위험 행동에는 인간의 승인과 중지 권한이 필요하다.
AI 시대에 인간의 역할이 사라지는 것이 아니다.
인간의 위치가 직접 명령을 수행하는 Operator에서 AI의 행동범위와 권한을 결정하고 결과를 검증하는 Governor로 올라가야 한다.
인간이 모든 계산에서 AI보다 뛰어날 필요는 없다.
그러나 어떤 판단과 권한을 AI에게 맡길 것인가를 결정하는 권리까지 AI에게 넘겨서는 안 된다.
이번 금융권 사건을 특정 금융기관 몇 곳의 보안 실패로 끝내서도 안 된다.
금융 다음에는 의료, 통신, 전력, 교통, 행정, 제조시설이 대상이 될 수 있다.
AI 에이전트가 사이버 공간에서 실제 행동할 수 있게 되면?
공격 대상은 컴퓨터 한 대가 아니라 디지털로 연결된 사회 기반시설 전체로 확대된다.
따라서 국가 사이버 안보의 질문 역시 바뀌어야 한다.
해커가 침입했는가만 확인할 것이 아니라 AI가 어떤 권한으로 무엇을 탐색했고, 무엇을 실행했으며, 그 행동을 인간이 추적하고 중단할 수 있는가까지 확인해야 한다.
나는 AI 시대의 사이버 위험을 다음 다섯 요소의 결합으로 본다.
지능 Intelligence
권한 Privilege
자율성 Autonomy
연결성 Connectivity
실행속도 Speed
이 다섯 요소가 동시에 커질수록 위험은 단순한 합이 아니라 훨씬 빠르게 증가할 가능성이 있다.
따라서 AI 보안은 모델의 지능만 통제해서는 해결되지 않는다.
AI가 무엇을 볼 수 있는가.
무엇에 접근할 수 있는가.
무엇을 실행할 수 있는가.
얼마나 오랫동안 스스로 행동할 수 있는가.
그리고 누가 그것을 즉시 멈출 수 있는가.
이것까지 설계해야 한다.
2026년 대한민국 금융권에서 울린 경고음이 중요한 이유는 AI가 인간을 넘어섰기 때문이 아니다.
불완전한 AI조차 인간이 만들어 놓은 취약점과 행동권한을 만나고,
자동화와 대규모 반복이 결합하면 현실 세계에서 충분히 강력한 위협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이 나타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이제 사이버 보안은 누가 더 높은 벽을 세우느냐만의 경쟁이 아니다.
공격 AI가 취약점을 찾아내는 시간보다 방어 AI와 인간이 그것을 발견하고 제거하는 시간을 얼마나 더 짧게 만들 수 있느냐의 경쟁이다.
AI 시대의 사이버 전쟁은 결국 속도와 권한의 전쟁으로 이동하고 있다.
그리고 그 속도가 아무리 빨라지더라도 최종적인 권한의 열쇠는 인간이 쥐고 있어야 한다.
허상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