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상배 칼럼 9편, AI 시대, 인간의 길을 묻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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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가 전쟁의 속도를 바꾼다
- 2,600만 수도권을 지키는 지능형 통합방어체계 -
허상배 / 민주사회정책의장
대한민국 안보의 시선은 오랫동안 탄도미사일과 장사정포, 전투기와 같은 전통적인 군사위협에 집중되어 왔다.
그러나 AI와 자율항법, 전자전(EW), 무인체 기술이 결합하면서 전쟁의 구조 자체가 달라지고 있다.
이제 전쟁은 누가 더 강력한 미사일과 더 많은 포탄을 가지고 있느냐만의 싸움이 아니다.
누가 먼저 탐지하고, 먼저 식별하고, 먼저 판단하며, 더 빠르게 대응체계를 움직이느냐는 '시간과 지능의 전쟁'으로 이동하고 있다.
그 새로운 전쟁의 위험 한가운데 대한민국 인구의 절반가량인 약 2,600만 명이 살아가는 서울과 수도권이 있다.
서울역과 강남의 거대한 지하공간, 지하철과 철도, 전력망과 통신망, 데이터센터, 금융망, 병원, 상하수도와 교통제어망까지 서로 연결되어 있다.
서울과 수도권은 단순한 도시가 아니다.
2,600만 명의 생명과 대한민국의 핵심 기능이 연결된 거대한 전자회로이자 사이버·물리 시스템(Cyber-Physical System)이다.
그리고 이 초연결성이 AI 시대에는 강력한 경쟁력이면서 동시에 치명적인 안보 취약점이 될 수 있다.
1. 장사정포 위에 AI 저고도 위협이 겹쳐지고 있다
북한의 장사정포와 미사일이라는 기존 위협이 사라진 것이 아니다.
그 위에 소형 무인기(UAS), 자폭형 무인체, 저고도 침투체에 AI 영상인식, 자동표적식별(ATR), 자율항법과 Edge AI가 결합하는 새로운 위협이 겹쳐지고 있다.
과거의 원격조종 드론은 조종자와 기체 사이의 데이터링크나 GNSS를 교란하면 상당한 제약을 줄 수 있었다.
그러나 자율화 수준이 높아지면 상황이 달라진다.
카메라와 관성센서(IMU)의 정보를 결합하는 VIO(Visual-Inertial Odometry), 주변 환경을 인식하면서
자신의 위치와 지도를 동시에 추정하는 SLAM(Simultaneous Localization and Mapping), 관성항법장치(INS)와 영상·지형기반 항법 등이 결합될 수 있다.
기체 내부의 Edge AI가 이 정보를 자체 처리한다면 외부 통신과 위성항법이 제한된 GNSS-denied 환경에서도 일정 수준의 자율비행이 가능해진다.
따라서 미래 수도권이 대비해야 할 것은 하나의 무기가 아니다.
장사정포, 미사일, 저고도 무인체, 전자전(EW), 사이버 공격이 서로 다른 영역에서 동시에 발생하는 복합위협이다.
전쟁의 축은 화력 대 화력을 넘어 센서 대 센서, 전파 대 전파, 알고리즘 대 알고리즘, 네트워크 대 네트워크의 싸움으로 확장되고 있다.
2. 서울의 빌딩 숲은 새로운 저고도 전장이 될 수 있다
서울과 수도권의 빌딩 숲과 산악지형은 저고도 방어에 매우 복잡한 환경을 만든다.
건물과 지형에 따른 레이더 음영구역, 지면과 건물에서 발생하는 반사파와 클러터(Clutter), 민간 드론과 조류, 수많은 통신전파가 동시에 존재한다.
따라서 하나의 레이더만으로 이 복잡한 공간을 완벽하게 감시한다는 발상에는 한계가 있다.
필요한 것은 다중센서 융합(Multi-Sensor Fusion)이다.
AESA 레이더가 포착한 3차원 궤적정보와 RF 탐지장비의 전파정보, EO/IR 전자광학·적외선 영상, 음향센서 정보를 AI가 서로 대조하고 융합해야 한다.
레이더 하나가 놓친 것을 다른 센서가 보완하고, AI가 그 정보를 하나의 공통작전상황도(COP)로 만들어
탐지(Detect), 추적(Track), 식별(Identify), 분류(Classify), 위협평가(Prioritize)로 연결하는 것이다.
이것이 AI 시대 방공의 새로운 눈이다.
3. 서울이라는 거대한 전자회로
서울과 수도권의 전력, 통신, 교통, 금융, 의료와 행정망은 서로 의존한다.
전력이 통신을 움직이고, 통신이 철도와 교통을 움직이며, 데이터망이 금융과 행정을 움직인다. 병원과 재난대응체계 역시 전력과 통신에 의존한다.
따라서 하나의 핵심 노드(Node)가 기능을 잃었을 때 장애가 다른 시스템으로 연쇄적으로 전파되는 Cascading Failure, 즉 연쇄고장이 발생할 수 있다.
정전과 통신장애, 교통제어 장애가 동시에 발생하고 지하공간에서 화재나 유해물질에 대한 공포까지 겹친다면 피해를 키우는 것은 폭발 자체만이 아니다.
출구를 찾는 대규모 인파의 이동까지 또 다른 재난을 만들 수 있다.
적은 서울 전체를 파괴할 필요조차 없다.
핵심 노드 몇 곳의 기능을 마비시켜 전체 네트워크의 복원력(Resilience)을 떨어뜨리는 것만으로도 심각한 사회적 혼란을 일으킬 수 있다.
이것이 내가 말하는 '서울이라는 거대한 전자회로'의 취약성이다.
4. AI 시대에는 킬체인의 시간이 국가의 생존시간이다
AI가 군사체계에 들어오면서 가장 크게 달라지는 것 중 하나는 의사결정의 속도다.
현대 군사작전의 Kill Chain은 탐지하고, 위치를 확정하고, 추적하고, 표적을 판단하고, 대응한 뒤 결과를 평가하는 연속된 과정이다.
Find - Fix - Track - Target - Engage - Assess.
그러나 여러 저고도 표적이 동시에 접근하면 인간이 수많은 화면을 하나씩 확인하고 전화와 보고체계를 거쳐 판단하는 방식에는 물리적인 시간 한계가 생긴다.
여기서 AI가 다중센서 데이터를 융합하고 표적의 궤적과 행동을 분석하며 예상 접근지역과 위험도를 계산해 지휘관에게 대응 우선순위를 제시할 수 있다.
결국 중요한 것은 Sensor-to-Decision, 그리고 Sensor-to-Effect의 시간을 얼마나 줄일 수 있는가이다.
AI가 인간 대신 전쟁을 결정하라는 뜻이 아니다.
AI를 이용해 인간이 기계의 속도로 변하는 전장을 더 빠르게 이해하고 판단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다.
5. 수도권 전체를 하나의 지능형 C4ISR 방어회로로 묶어야 한다
이제 수도권 방어를 개별 부대와 개별 무기의 집합으로 생각해서는 안 된다.
필요한 것은 C4ISR이다.
Command, Control, Communications, Computers, Intelligence, Surveillance, Reconnaissance.
즉 지휘·통제·통신·컴퓨터·정보·감시·정찰을 하나의 신경망처럼 연결하는 것이다.
AESA Radar, EO/IR, RF Detection, Electronic Warfare, AI Sensor Fusion, Counter-UAS, Directed Energy와 Integrated C4ISR이 따로 움직이지 않고 하나의 방어체계 안에서 유기적으로 작동해야 한다.
센서가 위협을 탐지하고 AI가 정보를 융합하며 C2가 판단을 지원하고, 상황에 따라 전자전 등의 Soft Kill과 물리적 요격인 Hard Kill을 계층적으로 운용하는 다층방어체계가 필요하다.
NATO 역시 최근 대드론 방어에서 개별 장비의 성능만이 아니라 센서, 지휘통제체계와 대응수단을 하나의 체계로 연결하는 방향을 강화하고 있다.
대한민국은 여기서 한 단계 더 나아가야 한다.
군·경찰·소방·지자체와 전력·통신·철도·병원 등 국가 핵심기반시설의 비상체계까지 필요한 범위에서 통합 상황인식 체계로 연결해야 한다.
6. 격추만이 방어가 아니다. 도시가 살아남아야 한다
방어의 목표는 날아오는 무인체를 격추하는 것으로 끝나지 않는다.
공격을 받더라도 도시의 핵심 기능이 계속 작동하고 신속하게 회복되어야 한다.
여기에 Digital Twin과 AI 기반 예측기술을 활용할 수 있다.
특정 전력 노드가 정지했을 때 어느 통신망에 영향을 주는지, 통신 장애가 어느 철도와 교통체계로 확산되는지,
어느 병원과 지하공간이 위험해지는지를 사전에 모델링하고 반복적으로 훈련하는 것이다.
실제 상황에서는 이러한 분석을 바탕으로 우회와 복구의 우선순위를 신속하게 결정할 수 있다.
AI 시대의 국가방어는 '얼마나 잘 막느냐'뿐 아니라 '공격을 받더라도 얼마나 빨리 회복하느냐'를 함께 물어야 한다.
7. AI에 속도를 맡기되 최종 통제권은 인간에게 남겨야 한다
여기에는 반드시 지켜야 할 경계선이 있다.
Human-in-the-Loop.
AI가 탐지하고 추적하고 분석하며 위협의 우선순위와 대응방안을 추천할 수 있다.
그러나 AI 역시 오류를 일으킬 수 있고, 적은 센서와 데이터, 알고리즘을 교란하려 할 것이다.
잘못된 데이터가 들어오면 정교한 AI일수록 잘못된 판단을 더 빠르게 확대할 위험도 있다.
따라서 생명과 직결되는 치명적 무력사용에는 인간의 명확한 통제와 책임체계, 중지권한, 기록과 사후 검증체계가 존재해야 한다.
강력한 지능일수록 더 강한 통제가 필요하다.
이 원칙은 일상의 AI보다 군사 AI에서 훨씬 더 엄격하게 적용되어야 한다.
8. 2,600만 생명의 회로를 지켜라
대한민국은 이제 미사일 한 발을 막는 방어개념을 넘어가야 한다.
무기 중심 방어에서 네트워크 중심 방어(Network-Centric Defense)로,
개별 방공에서 AI 기반 통합방어로,
군사시설 중심의 방어에서 도시 전체의 기능과 복원력을 지키는 방어로 확장해야 한다.
서울역이 멈추고, 전력이 끊어지고, 통신이 마비되고, 지하철과 도로가 동시에 정지한 뒤에 대응해서는 늦는다.
AI 시대의 전쟁에서 가장 위험한 순간은 폭탄이 떨어지는 순간만이 아니다.
국가가 무엇이 일어나고 있는지 알지 못하는 순간이다.
탐지하지 못하면 판단할 수 없다.
판단하지 못하면 대응할 수 없다.
연결되지 않은 첨단무기는 결국 고립된 장비에 불과하다.
대한민국 인구의 절반가량이 살아가는 2,600만 수도권의 생명회로를 지켜야 한다.
서울이라는 거대한 전자회로에 AI라는 신경망을 연결하라.
공격의 속도가 AI의 속도로 변한다면 방어의 지능과 판단속도 역시 그 속도를 따라가야 한다.
그러나 마지막 통제권과 책임은 인간에게 있어야 한다.
AI가 전쟁을 결정하게 해서는 안 된다.
AI를 이용해 인간이 전쟁보다 먼저 보고, 먼저 판단하고, 먼저 대응할 수 있어야 한다.
그것이 AI 시대, 2,600만 수도권 시민과 자유 대한민국을 지키기 위해 우리가 새롭게 세워야 할 21세기의 방어선이다.








